문학동네시인선 001~199 시인의 말 모음집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문학동네시인선 001~199 시인의 말 모음집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다 읽었다⋯.
나는 시집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좋아했다.
너무나 좋아하다 못해 아끼고, 아껴서 읽었던 시집이 있다. 고선경, 「샤워젤과 소다수」
결국 끝내 다 읽지 못하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사비로 책을 구입했다. 시집을 다시 펼쳤을 때는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처음 읽었던 때만큼 마음의 울림과 설렘을 느끼지 못했고, 마음이 괜찮아질 때 다시 읽겠노라 덮어두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그 뒤로도 마음은 괜찮아지지 않아서, 시집을 사놓고 읽지 못했다. 하지만 시집을 그리워했다.
몇 번을 시집을 펼치고, 덮고, 펼치고 덮고를 반복하며 그리워했다. 그리워한 건 어쩌면 시집을 좋아하며 읽었던 그 시절일지도⋯.
습관적으로 시집을 빌려다 읽었다. 이번에는 정말 읽어야지, 생각하며 미루고 미루다 읽었다.
마음의 여유라는 건 밥을 지어다 먹어서 풍족해지는 것이 아니기에, 여전히 읽히지 않았지만 읽었다. 나는 아직도 시집을 좋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