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둥지의 왕은 훔친 왕관을 쓴다
W. 해초
음험한 술수와 모략이 판치는 이 도시에, 괴도 '레드폭스'의 이름이 울려퍼지게 된 지도 벌써 몇 달이나 지났습니다.
괴도의 상징인 밉살스런 꽃무늬 넥타이와 붉은 여우가 그려진 열기구는 연일 신문과 TV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지루한 일상에 지친 시민들은 괴도의 등장에 열렬히 기뻐합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괴도에게 놀아나느라 곤죽이 된 경찰들을 제외하면, 온 도시가 괴도 '레드폭스'의 거대한 팬클럽 같네요.
아... 물론 당신은 예외입니다.
당신의 손바닥 아래, 「칠흑의 까마귀, 이대로 사라지는가?」 하고 쓰인 잡지 기사가 무참하게 구겨집니다.
용서할 수 없어요. 용서할 수 없다구요.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근본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신참 괴도에게 이 도시의 거물 악당 자리를 이런 식으로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후배 때문에 2군으로 밀려난 퇴물 아이돌 취급도 더이상 참지 않을 거고요.
그래요, 당신은 괴도 '블랙 크로우'... 저 얄미운 '레드폭스'가 나타나기 전에는, 당신이야말로 이 도시를 대표하는 악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절대로 목표물을 빼앗기지 않을 겁니다. 대부호의 저택을 장식하는 거장의 그림, <이브의 낙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손에 넣고 말겠어요.
아니,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한술 더 떠서, 건방진 후배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 놓고 말겠다고 당신은 다짐합니다.